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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7

잊힌 여성들의 초상-2화: 마지막 편지

수진은 지연의 장례식이 열린 납골당을 찾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다.네이버 지도로 위치를 검색하고, 창을 닫고, 다시 검색하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결국 택시를 탔다.도착한 납골당은 서울 외곽의 작은 언덕 위에 있었다.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사람은 거의 없었다.직원에게 이름을 말하니, A동 3층으로 안내해줬다.“지연아…”수진은 작은 유리함 속에 있는 이름표를 보고 겨우 속삭였다.박지연 (1982~2025)그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사랑받고 싶었던, 그러나 혼자였던 사람.”순간, 수진은 숨이 막혔다.대학 시절, 지연은 항상 말했다.“나는 그냥 누군가에게 완전히, 무조건적으로 사랑받고 싶어. 그게 결혼이든, 연애든, 뭐든.”지연은 늘 드라마 속 남자를 좇았고, 현실의 남자에게 실망했고, 그 실망을..

웹소설 2025.06.10

잊힌 여성들의 초상-1화: 상실의 기술

🔹 주인공 소개:이름: 최수진나이: 43세결혼 연차: 20년 차직업: 카페 운영 (남편 명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혼자 운영)자녀: 없음 (불임 진단 후 둘 다 체념)현재 상태: 이혼 직전, 우울증 치료 중, 약물 의존1화: 상실의 기술수진은 매일 아침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카페 문을 열고,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고, 셔터 너머로 비어 있는 거리와 마주했다.남편은 이제 6개월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여자 문제가 있는 건 뻔했지만, 수진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처음엔 울고, 나중엔 소리 지르고, 그다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상실에도 기술이 있다. 받아들이고, 잊고,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그녀는 SNS를 하지 않았다.누군가는 “행복한 부부”, “여전히 신혼 같은 우리” 같은..

웹소설 2025.06.10

〈그녀는 아직도 잘생긴 남자를 꿈꾼다〉 5화: 비극의 날

보니는 이틀 후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병원에도 가지 못한 채, 지연의 품에서, 눈도 감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지연은 보니를 담요로 감싸고, 동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서울 외곽의 허름한 공장 지대, 사람도 없는 우중충한 공간.화장로 앞에 홀로 서 있는 지연의 뒷모습은, 마치 잊혀진 유령 같았다.“보니야… 미안해. 엄마가 다 잘못했어.”장례비용은 마지막 남은 체크카드 잔고로 간신히 지불했다.카드를 긁는 순간, 지연은 문득 생각했다.“나도 이제 끝났구나.”집에 돌아온 그녀는 보니의 리드줄을 꺼내 들었다.한쪽이 누렇게 바랜 그 리드줄은, 그녀가 혼자였던 모든 날의 유일한 동반자였다.SNS에는 여전히 웃고 있는 여자들이 넘쳤다.필터로 뽀얗게 처리된 피부, 명품 핸드백, 파인다이닝, 와인잔, 셀카.그 사이에서 ..

웹소설 2025.06.09

〈그녀는 아직도 잘생긴 남자를 꿈꾼다〉 4화: 보니의 병

금요일 저녁, 지연은 세훈을 기다리며 캔들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레드와인을 따라두고, 치즈 플래터도 준비했다.하지만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다.두 시간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다.지연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카카오톡 메시지는 읽히지 않았다.그는 사라졌다."이젠 그만해야겠다."지연이 와인을 들려는 순간, 보니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킁… 킁… 켁켁…”작은 몸이 떨렸고, 입에선 침이 흘렀다.지연은 소리를 질렀다.“보니야, 왜 그래! 보니야!”그녀는 맨발로 뛰쳐나와 택시를 잡아탔다.밤 11시, 24시간 동물병원. 수의사는 말이 없었다."간 수치가 매우 높습니다. 중성화 이후 관리를 잘 못 하셨던 것 같고, 간 기능이 거의 멈춰가고 있어요.즉시 입원하고 집중 치료가 필요합니다. 예상 치료비는… 일단 320..

웹소설 2025.06.09

〈그녀는 아직도 잘생긴 남자를 꿈꾼다〉 3화: 젊음에 대한 집착

피부과에서 돌아온 지연은 거울 앞에 섰다.이마는 팽팽했고, 팔자주름은 사라졌으며, 입술은 살짝 볼륨이 생겼다."달라졌어. 나, 다시 예뻐졌어."혼잣말이 흘러나왔다.인스타그램에는 필터로 윤곽을 날렵하게 다듬고, 피부 톤을 밝힌 셀카를 올렸다.해시태그는 빠질 수 없었다.#동안피부 #뷰티스타그램 #골드미스라이프 #결혼은선택'좋아요'는 218개.그중 하나는 낯선 남자 계정에서 달렸다.프로필 사진은 선글라스를 낀 근육질의 남자.계정엔 운동, 차, 수영장, 클럽. 그리고 반나체 셀카들.DM이 왔다."누나 진짜 동안이시네요. 관리 진짜 잘하신 듯. 저도 와인 좋아하는데, 같이 한잔하실래요?"지연은 처음엔 무시했다.하지만 그가 보낸 영상 하나에 마음이 흔들렸다.샤워 후 거울 앞에서 찍은 셀카 영상. 식스팩과 타투가 선..

웹소설 2025.06.09

제목: 〈그녀는 아직도 잘생긴 남자를 꿈꾼다〉 2화: 매칭의 함정

결혼정보회사 상담실은 호텔 로비처럼 꾸며져 있었다.지연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샤넬백을 들고, 백화점 VIP 라운지에 가듯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상담사는 정장 차림의 30대 초반 여성. 단정한 미소에 능숙한 말투."회원님처럼 세련되고 자기관리 잘하시는 분, 요즘 정말 드물어요.남성 회원들 중에서도 전문직 고소득군에서 관심 가질 분들 많을 것 같아요."지연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는 아직 괜찮아. 아직 끝난 게 아니야.’가입비는 800만 원. 순간 움찔했지만, 카드 3개월 할부로 결제했다.‘투자라고 생각하자. 잘생긴 전문직 하나 만나서 결혼하면 본전 뽑는 거지.’첫 번째 매칭은 외과의사. 이름은 김민석, 나이 45세.그런데… 사진이 문제였다. 얼굴이 너무 평범했다. 아니, 못생겼다.지연은..

웹소설 2025.06.09

제목: 〈그녀는 아직도 잘생긴 남자를 꿈꾼다〉 1화: 개와 와인과 밤의 유리창

서른아홉을 넘긴 건 벌써 2년 전. 마흔이라는 숫자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졌다. 낯설고 익숙한 건 그녀의 거울 속 얼굴도 마찬가지였다.지연은 오늘도 와인을 따르고, 그 옆에 앉은 푸들 '보니'에게 사슴고기 스틱을 건넸다."보니야,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거실 한쪽 벽에 걸린 화려한 거울은 마치 그녀의 과거를 비추듯 빛났다. 20대엔 예뻤고, 30대엔 잘나갔다. 강남의 루프탑 바에서 와인을 들고 미소 짓던 그 시절, 남자들은 줄을 섰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하지만 이제는 연락 오는 남자는 없다. 아니, 있긴 하다. 택배 기사, 보험 영업, 이혼남들.그녀는 진저리 쳤다.'돈 없는 남자랑 어떻게 살아. 그건 그냥 지옥이지.'하루에도 몇 번씩, 결혼한 친구들의 SNS를 본다. 유치원 ..

웹소설 20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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