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상담실은 호텔 로비처럼 꾸며져 있었다.
지연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샤넬백을 들고, 백화점 VIP 라운지에 가듯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상담사는 정장 차림의 30대 초반 여성. 단정한 미소에 능숙한 말투.
"회원님처럼 세련되고 자기관리 잘하시는 분, 요즘 정말 드물어요.
남성 회원들 중에서도 전문직 고소득군에서 관심 가질 분들 많을 것 같아요."
지연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아직 괜찮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가입비는 800만 원. 순간 움찔했지만, 카드 3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투자라고 생각하자. 잘생긴 전문직 하나 만나서 결혼하면 본전 뽑는 거지.’
첫 번째 매칭은 외과의사. 이름은 김민석, 나이 45세.
그런데… 사진이 문제였다. 얼굴이 너무 평범했다. 아니, 못생겼다.
지연은 전화를 걸었다.
“이 사람… 키도 작고 외모가 좀… 너무 아저씨 같지 않아요?”
상담사는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외모는 좀 평범해도 성실하고 자산이 많으신 분이세요. 40억대 부동산 보유하시고요."
지연은 한숨을 쉬었다.
‘외모 좀 되면서 돈 많은 남자는 대체 다 어디 있는 거야?’
두 번째 매칭은 IT 기업 임원. 프로필 사진은 잘 나왔지만, 실제 만남에선 놀라웠다.
살이 20kg는 더 쪄 있었고, 말투는 지나치게 오만했다.
“요즘 40대 여성은 결혼하기 쉽지 않잖아요. 저 같은 사람 만나면 감사해야죠.”
지연은 웃으며 자리를 떴지만, 분노로 손이 떨렸다.
그날 밤, 그녀는 보니를 껴안고 울었다.
"나한테 뭐가 부족해… 왜 이런 사람들밖에 없어?"
휴대폰을 열어 인스타그램을 켰다.
젊고 날씬한 여자들이 고급 호텔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다.
좋아요 수는 수천 개. 댓글에는 남자들이 달콤한 말을 퍼부었다.
지연은 다시 거울을 봤다.
화장기 없는 얼굴, 처진 눈꼬리, 조금씩 퍼지는 턱선.
‘나는 이제 그 세상 여자가 아니구나…’
그리고 그녀는 결심했다.
‘외모든 뭐든, 다시 끌어올리자. 성형도 하고, 보톡스도 맞고, 스킨부스터도 하고…’
‘나를 다시 브랜드화 시켜야 돼. 그래야 원하는 남자를 얻지.’
다음 날, 그녀는 피부과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시 주문을 외웠다.
“나는 아직 괜찮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여자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주문은 마법이 아니라, 저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3화 예고: 젊음에 대한 집착
성형과 외모 리셋을 시도한 지연은 인스타그램 모델들을 따라하며 더욱 강한 집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20대 남성과의 은밀한 관계가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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